제목기후 위기 막으려면 이주민을 몰아내자?···반이민 근거로 기후위기 활용하는 극우파들2021-11-23 10:33
작성자 Level 10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의 극우 정당과 정치인들이 기후 위기를 이용해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공포를 자극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처럼 기후 위기를 부정하는 대신 “이주민들은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며 기후 위기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을 이주민 혐오의 기반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을 주최한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난달 30일 국영방송 채널4와의 인터뷰에서 “COP26에서 지구 기온 상승을 제한할 가능성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인류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로마 제국의 멸망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그러면서 로마 제국이 국경을 통제하지 못해 이주민들이 몰려들었고 결국 유럽에 암흑기가 도래했다는 주장을 폈다. COP26과 이민 문제를 아무 근거 없이 연결시킨 것이다. 해당 인터뷰 영상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댓글들이 달렸다.

존슨 총리 외에도 각국 우파 정치인들은 이주민들이 기후 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미국 공화당 소속이자 애리조나주 법무장관인 마크 브르노비치는 지난 4월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국경장벽을 건설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멕시코에서 오는 이주민들이 “공해물질,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대기로 배출하는 직접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아프리카와 중동의 가혹한 기후 조건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의 대규모 유럽 이주가 예상된다며 국경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위스의 제1야당인 스위스국민당(SVP)은 이주민 100만명을 받아들이면 새 도로를 건설해야 한다면서 “스위스 환경을 보호하고 싶은 사람들은 대거 이주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자 기후 위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던 우파 정치인들이 태세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퓰리즘 담론을 추적하는 정치 분석가 캐서린 피에시는 각국 우파 정치인들이 현재 집권층인 진보 엘리트층의 기후 위기 대응이 잘못됐다는 주장을 펴면서 이주민들은 ‘우리나라를 오염시키는 이방인’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터너 요크대 교수와 댄 베일리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 교수는 유럽의 극우 정당 22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인종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이주민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기후 위기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며 우파 정치인들의 논리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민들은 기후 위기의 피해자이지 주범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향신문 김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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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111221640001#csidx7f7487c75af93acae4f567155e28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