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중국과 대만) 관계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차이잉원(사진) 대만 총통이 영토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고, 중국은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경고했다.
차이 총통은 27일(현지시간) 방영된 미국 CNN 인터뷰에서 “중국으로부터의 위협이 매일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는 국방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미국과 광범위한 협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에 미군 훈련병이 주둔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 그 규모에 대해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많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차이 총통은 “중국 남동부 해안에서 200㎞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대만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전 세계의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곳”이라며 “만약 우리가 실패한다면 이러한 가치를 믿는 사람들이 그것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중국이 발끈하고 나섰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가를 분열시키는 사람은 끝이 좋은 적이 없었다”면서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며 이를 지지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양안의 통일은 역사의 대세이자 정도이며 대만 독립은 역사의 역류이자 막다른 길”이라며 “그 누구도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려는 중국 인민의 단호한 결심과 의지, 강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국방부도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도록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탄커페이 대변인은 “중국인민해방군은 당과 인민이 필요로 할 때 바로 참전할 수 있고,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도록 사명 담당을 강화하고 높은 경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또 공격 헬기를 대만 상공에 띄우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중국군 군용기 7대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침범했다. 무력 시위에는 중국판 아파치로 불리는 공격 헬기 우즈(WZ)-10와 수송 헬기 M-17이 투입됐다. 대만 국방부가 중국 군용기 활동을 발표하기 시작한 지난해 9월 이후 공격 헬기가 동원된 건 처음이다.
대만을 둘러싼 긴장은 날로 고조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화상으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대만을 향한 중국의 행동을 강압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미국이 대만에 바위처럼 단단한(rock-soild) 약속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 회의에는 리커창 중국 총리도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볼티모어에서 열린 CNN 타운홀 행사에선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이 방어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그렇게 할 책무가 있다”고 답했다.
미국은 그간 유사시 대만에 대한 군사 개입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보였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방어 의지를 적극 피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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